동물농장, 조지 오웰

2023. 3. 12. 16:20도서, 영화 등 리뷰

 중학생 때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독재자인 돼지가 동물들을 조종하고 탄압하는 내용이구나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다. (사실 줄거리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한 번은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서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은 풍자 소설로, 이해하려면 당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1917년, 러시아에서는 두 차례의 혁명이 일어난다(3월, 11월). 황제의 폭정과 제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인해 민중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첫 번째 혁명이 일어났고, 그 결과 황제 니콜라이 2세가 퇴위하고 러시아 공화국 임시 정부가 수립되었다. 그러나 임시 정부는 국정 운영을 잘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11월 두 번째 혁명이 일어났다(볼셰비키 혁명). 볼셰비키 혁명은 레닌과 그의 지지자들이 조직한 볼셰비키 당을 중심으로 일어났으며, 이를 통해 최초의 사회주의 정부가 탄생하였다. 레닌 아래에 2명의 중요한 인물들이 있었는데, 바로 스탈린과 트로츠키이다. 레닌 이후 사회주의 체제는 변질되었고, 트로츠키를 제거한 스탈린은 독재자가 되어 민중들을 억압한다.  

 

 책의 배경은 '장원농장(=쇠퇴하는 러시아)'으로, 농장 주인 존스(=황제 니콜라이 2세)는 돼지, 개, 말, 닭 등 동물들을 이용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늙은 돼지 메이저 영감(마르크스, 레닌)은 지혜로워 동물들의 존경을 받았고, 인간 착취에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정신을 동물들에게 전파하고, 혁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는 얼마 후 세상을 떠나지만, 그의 뜻을 받든 동물들은 농장주 존스를 몰아내고 다같이 합심하여 농장을 운영해나간다. 머리좋은 돼지들이 주축이 되었는데, 나폴레옹(=스탈린)과 스노볼(=트로츠키)이라는 두 돼지는 모든 안건에 대해 대립했다. 그러다가 나폴레옹이 스노볼을 쫓아내고 실권을 장악하는데, 그 때부터 동물들은 인간이 지배할 때보다 더 심하게 착취당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배층인 돼지들만을 위해 헌신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삶을 살아간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나폴레옹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는 양들, 그럴듯한 얘기를 늘어놓으며 권력자의 편에 붙어 여론을 형성하는 스퀼러, 인간의 외양을 점점 닮아가는 돼지들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다. 나폴레옹은 민중들(동물들)의 삶이 아닌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했던 존재이므로, 결국은 농장주 존스에서 나폴레옹으로 인물(?)만 바뀔 뿐 동물들의 삶은 변화가 없다. 오히려 더 열악해졌다. 대중들이 항상 깨어있고, 감시의 눈으로 권력자들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